뾰족이들 가운데 도움의 손길 호주워킹일기

농장으로 출발한지 둘째날


2008년 8월 11일

아침에 보험회사에 전화한다고 난리를 피웠다. 우리나라같으면 전화를 받자마자 우리에게 달려왔을텐데, 어제 저녁 내내 전화를 했더니만 영어 못알아듣겠다고 확 끊어버리지를않나. 능숙한것이 꼭 말을 줄줄줄 해야하는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조금만 귀기울여주면 우리가 사고났으니 도움이 필요하다는것쯤은 그쪽에서도 알 수 있을텐데, 그리고 나도 그정도는 이야기할 수 있는데. 자신감은 항상 오르락내리락이다. 그리고 여기 오고 두 번째로(첫번째는 알바구할 때) 아 영어 잘하고싶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집에서 살면서는 이정도면 잘하지 하면서 살았으니까. 어쨌든 차를 한쪽에 주차해두고 피자를 시켜먹고 한숨 푹 잤다. 꽤나 긴장했었나보다.

 아마 어제 저녁은, 밤이 어두워지자 마음이 급했었나보다. 모텔 표지판만 보고 좌회전을 했는데 그만 일방통행로가 아닌가, 언니가 당황했는지 급하게 핸들을 꺾었는데 모텔의 편지오는 편지통과 길가의 표지판을 들이받았다. 응앙응앙. 일단 놀란마음 진정시키고 잠을 자기로 했었다. 어찌되었던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보험회사의 불친절함을 극복하고자 1박2일도 봤고 이미지게임도 하고 잘 놀다가 잤다.

 어제 내내 아무리 이리 전화하고 저리 전화해도 연결이 안되어 다음날 아침에 은행으로 쫓아가보자 했는데 마침 그날 아침 모텔 앞에 한 아저씨가 앉아계셨다. 사실 아저씨 어제 오다가 저기 우편함 들이받았어요 하는데 아저씨가 차를 이리저리 보아주신다. 내친김에 보험회사에 전화하는것까지 부탁을 드렸다-염치불구하고. 한국에선 보험회사에 전화하면 우선 사람부터 보내주거나 제까닥 처리가 되는것에 비해서 여기는 이리저리 복잡하다. 전화를 한참하다 다른곳으로 돌려주고, (그 사이도 엄청 길고) 뭐 약물복용인지 보험에서 거부된사람 있는지 범죄경력있는지가지 물어본다. 거의, 전화한지 네시간이 지나서 겨우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보험회사에서 지정해준 카센터까지 갔다. 시간이 자꾸 지나고 해는 뜨거워지고 아저씨도 바쁘실텐데 마음이 콩닥콩닥거린다. 아저씨가, 음음 그럼 운전미숙으로 하지 말고 어제밤에 안개가 너무 많아서 시야를 가렸다고 하자구~ 하시면서 우리를 위해 정말 귀에서 화석나올만큼 긴 시간을 성실하게 도와주셨다. 염치 불구한 큰 도움을 받는건 내 인생에서 그리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다른사람의 온전한 네다섯시간 아니 반나절 이상의 도움같은 것들은. 인과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시드니에서 일하면서 다른사람들한테 텃세 안부리고 새로 온 사람들 잘 챙겨줘서 하나님이 복주시는 것이라고 살짝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도와주시는 아저씨도 영어를 하시니, 우리 넷이 눈을 똥 그랗게 뜨고 아저씨를 쳐다본다. 넷이 각자 이해하고 합쳐서 알아들어간다. 넷이 일인분이다.

 보험회사가 수리카센터를 지정해주었다. 카센터에서는 고치는데 한 2~3주정도 걸릴테지만(커플오브~라는 말이 이제 제일 싫어질것 같다. 커플 오브 윅스라니!) 얼마가 걸릴지 확신은 못한다 한다. 그 시간동안 여기 머물 돈은 없으니 어쨌든 농장쪽으로 이동해야하는건 맞는것같은데. 보험회사에서는 차 사고가 나면 수리하는 기간에 렌트카를 무상으로 (2주만!) 빌려준다. 우리의 차종과 비슷한것을 준다고 브로셔에는 서있지만 막상 온 차를 보니 이건 뭐 도요타 중형차다. 타는 우리야 좋지만, 갑자기 큰차가 와서 운전에 당황한 언니가 얼굴이 굳어있다. 빌린 차를 끌고 농장까지 일단 가서 일자리를 잡아두어야할텐데, 괜히 이 좋은차 어디 긁히기라도 하면 하는 걱정이 된다. 으아 정말, 이건 다음에 사고나도 도움요청도 못하겠다. 뭐 이리 복잡한지.

 어쨌든, 차가 고쳐지면 다시 2~3주 있다가 차가지러 여기 타리(차 사고난 지역. 동네 이름은 예뻐)까지 차를 끌고 와서 렌트카를 반납해야한다. 그안에 농장의 일자리가 확실히 찾아지고 사고없이 목적지까지 가면 좋으련만. 아참, 편지통이랑 표지판도 들이받았는데 그것도 보험처리해야하는데 건 또 어느세월에 해줄지 모르겠다. 흐윽.

 타국이, 왜 이렇게 많은 부분에서 내 가슴을 철렁거리게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비행기를 타고 다른나라로 간다는건, 우리나라로 오세요 하는 무슨 광고를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이렇게 당황스러운 것은 아니라고 다들 그랬었는데. 내가 여행자가 아니라서 그런가. 돈을 가지고 그나라에 소비하러 가는것과 그나라에 정말 '살'러 가는건 참 다르구나 한다. 이렇게 모든 부분에서, 내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도 그래서 자국인이 아니라 배타적인 부분도 많구나. 굳이 그들이 배타적이지 않더라도 이미 만들어진 모든 거리도 제도도 나와 익숙하지 않으니 그게 내가 여기서 살아갈때는 모든것이 무기로 다가온다. 모르는 것은 두렵다.

 이 뾰족무기들 가운데, 이렇게 온전히 하루를 다 타인에게 내어줄 수 있는 로드 아저씨같은 사람이라도 없다면 이 땅에서 어떻게 사람들이 살 수 있을까. 로드 아저씨의 도움은, 아무리 봐도 하나님이 주신게 틀림없다. 나는 유진언니에게 앞으로 착한일 하며 살겠다고 얘기했다. 좀 유치한 얘기였지만 언니는 비교적 진지하게 들어주는 편이다. 영희는 귀여운 생각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난 진지했다네.

덧.

혹시 호주가서 보험을 들고싶은 분이 계시거든 (초보운전이면 드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핸들방향도 운전방향도 다르니 실수하기 쉬워요. 한번 사고나면 정말 엄청난 돈이 들어가거든요. 호주 물가 비싸잖아요) Commonwealth Bank 들지마세요!!! 불친절하고 접수도 잘 안해주고!

 대도시에는 ANZ이 많이있지만 시골에는 별로 없으니 이것도 비추, 전화보다는 우리같은 외국인은 직접 쫓아가서 도움받을 수 있는 지점이 많은 보험사가 좋아요. (그런면에서 commonwealth가 나쁘지만은 않지만) NRMA보험 하세요- 그것도 시골에 지점 많더라구요. 그리고 고속도로나 국도위에 정말 아무것도 없으니까 견인보험도 꼭 드세요

 그리고 보험처리를 한다해도 접수및 처리비는 일부 본인이 부담해야해요. 치사 똥 빤스 라고해도 그거 안내면 차 안주니까, 그저 사고 안내는게 장땡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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