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책을 좀 봐 라고 몇명의 사람들이 충고해주었지만 나는 정말 이런 류의 책들도 재밌다. 물론, 다들 재밌어하는 책들도 재밌지만. 일단 집에 있는 것들을 다 읽고 그뒤에 읽은 책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거나 읽고싶은 사람들에게 주어서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얇은책부터 시작했다.
[한국의 근대성, 그 기원을 찾아서 -민족, 섹슈얼리티, 병리학]
고미숙씨가 쓴 글인데, 공교롭게도 그분의 고향이 내가 어릴적에 종종 놀러가던 강원도 정선군에 있는 함백이었다. 어려서 춘천으로 유학을 가셨지만 엄마는 함백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오셔서 덕분에 나도 엄마의 고향에 대한 옛날 사진들이나 그리고 한 10년전까지의 모습은 그대로 기억이 난다. 정말이지, 몇십년 전 사진이었는데 학생들이 그렇게 바글바글대던 학교와 거리 행진만 하면 꽉꽉 차던 도로사진을 앨범에서 봤을땐 히야 신기하다 싶었다. 여전히 그 학교들의 규모는 엄청난데 전교생이 두자리수에 50명 미만으로 알고있다. 운동장이 너무 넓어서 뛰다 뛰다 에라이 하고 주저앉기를 자주했다. 그땐 내 다리도 짧았으니까. 엄마는 내가 '운동장이 컸어' 라거나 '병원이 무섭게 생겼어' 라고 얘기할 때 주로 '아 그랬어?'라고 하셨지 굳이 그것들이 그렇게 생겼다고 생각을 하지는 않으셨다. 마찬가지로 나도, 서울은 바글바글해 라고 처음으로 느낀건, 호주에서 돌아오고 나서였으니까. 내가 나를 '진아야'라고 안부르는것처럼.
다시 이야기를 돌려보면, 지금은 익숙한 깨끗히 씻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나라에 기둥이되는 사람이 어떻게 생겨났는가에 대한 얘기책인데, 여기에 제시된 사설들이 대부분 4음보로 되어있어서 국어책에 나왔던 '노래하듯이' 읽으면 재미있다. 그리고 나는 '똥'얘기를 하면 자주 웃어서(역시 호주에서 알게되었다) 지하철에서 대한매일신보나 독립신문의 '똥'편을 소리내어 읽으면서 큭큭거렸다. 옛날얘기는 뭐든 꼭 홍시같다. 달고 시원한게. 짚어줘야 알게되는 내 '섭섭한' 모습 보는 양으로 읽었다. 졸업하기 전까진 내가 똑똑한줄 알았다니까. 아우 섭섭해
얼마전에 선물받은 글읽기와 삶읽기 2권을 보는데 맨 앞부분에 "한만은 민족은 한을 품고 산다~"로 시작하는 자못 비장한 필기가 담겨있는것이 아닌가. 역시 보존할만 하여 전화기 사진으로 찍어두었다. 아이고 애틋하여라, 어떤 '집단' 에 대해서 이야기하는게 아니라 정말 진짜 지지리 못났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애인에게 하는 이야기들같다. 대학교 신입생이 되어 '애국자가 될테다'딱지를 떼기 위해 베네딕트 앤더슨이라던가(서문만) 탁석산씨의 책이라던가 하는것을 보았는데 민족주의는 없는 것을 있는것처럼 만들어서 그 손에 방망이도 쥐어주고 흔들기도 하고 그런 것 이라고 당시에 생각을 했었는데. 그런데 별 무리없이 받아들였던 것은 고등학생이었음에도 내가 생각했던 우리나라나 배달민족 이런것들이 무너지면 안돼!를 외칠 강한 모습은 아니어서 그랬나보다. 교과서에서 배운건 옛날 작품들로는 주로 사랑이야기나, 놀러가서 쓴 이야기 등등이었고 거의 일제시대가 되어서 나온게 님의 침묵 같은 것이라서 갑자기 우리나라가 '자기'가 된 것은 조금 의아스러울만 하다. 그래도 님은 님이라니까 님인줄 알고 외웠지만. 님의 침묵이 한스러운건 그럴만한 상황이니 그런 것이고, 그런데 역시 여전히 궁금한것은. 책 앞머리에 있던 낙서인데 '한을 품은 민족이지만 맑(이거 발음은 정말 어렵다 닭 처럼 막 이라고 하면 r이 서운할텐데)시스트로서 반격을 위한 혁명을 준비해야 한다'고 같이 써있었으나 그 혁명으로 타도해야 할 사람들도 '한많은 민족'인데 이 애매함을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 민족의 순수한 혈통이 무산계급에게로만 이어진건지.
두번째 '섹슈얼리티' 장에서 백년하고 십년이 더 지났는데도 여전히 한치의 오차도 없이 무한반복되는 부분을 보았는데
1897년 12월 31일 오후3시 정동의 감리교예배당에서 '남녀를 같은 학문으로 가르치고 동등으로 대접함이 가하다'라는 제목의 토론회
찬성- 하나님께서 당초에 남녀를 내시매 음양이 서로 배함이 되었으니 음이 없으면 양이 쓸데 없고 양이 없으면 음이 쓸데 없나니 남녀가 동등하다
반대-성경에 가라사대 남자가 여인의 머리가 된다 하고 하나님게서 아담을 먼저 만드셨으며 아담을 도와주게 하사 한 뼈로 이와를 내셨으며 또한 이와가 죄를 먼저 지었으니 동등이 되지 못하리라.
고 하였단다. 약 5년간의 대학물을 먹으면서도 위와 크게 다르지 않은 대화들을 심심치않게 보았으니 왠지 신나게 얘기했는데 알고보니 누가 다 한얘기더라 이런 기분이다.
여튼, 새나라의 일등국민은 여자도 심지어 될 수 있는데 그러려면 공부를 해야하고 그 공부는 서양의 공부이다. 거꾸로 뒤집어 그런 공부를 서양에서 해왔고 그 서양이 잘살기 때문에 그것을 하면 우리도 잘 살 수 있다는 순환인데 도루묵같은 기분이 살짝 든다. 사실 지금도 여전히, 미국하고 영국은 부자잖아, 부러우면 그나라처럼 영어를 해야해- 영어를 잘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어 왜냐하면 미국과 영국이 영어를 하니까 가 유효하다는건 조금 씁쓸하다. 씁쓸함과 별개로 줄줄이 사탕으로 유학들을 간다.
서양의 학문과 서양의 개신교는 동시에 들어왔는데 '동정녀 마리아같은' 규범이 만들어지고 그에 맞춰서 나라를 키울 역군을 낳고 기르는 거기다 학문도 하는 여성이 추구되었다니 정말 슈퍼우먼이다. 애인금지에다 애를 쑴풍쑴풍 낳아서 먹기도 많이먹는 애들을 삼시세끼 먹이면서 열공을 해야한다니. 비슷한 시기에 공창이 생기고 하나님 보기에 부끄러울 이들에 대한 손가락질이 관리하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숭은 숭대로 봐놓고 기생들도 애국자 하라니 이래저래 여자로 살기 참 힘들었구나.
손만 뻗으면 금방 닿을 수 있는 있는 19세 금지의 성과 안그런척 해야하는 동정녀 마리아는 정말 묘하고 묘하달까. 요즘 다시 애도 많이나으라 하고(하나는 외롭습니다 하면서 외동인 아이가 따돌림당하는 자극적인 광고판이 지하철에 등장했다!) 게다가 대학까지는 다 나오라하면서 요즘 녀자는 돈도 벌어와 나라경제에 이바지하라는데 그럴꺼면 48시간을 주던지. 공부하면 애국녀가 되었지만 요즘은 거기에 회사에 가서 돈도 열심히 벌어야한다. 좀비되겠다.
똥얘기는 세번째 장 병리학과 기독교에서 나왔는데, 함백에 있던 목욕탕은 아직 나도 못잊겠다. 하얀색이지만 군데군데 칠이 벗겨지고 아마 몇십년 전에도 그랬을것같은 벽에 정말 벽돌로 된 굴뚝이 엄청 높이 있다. 끌려들어가는게 이건가, 하는 잠깜의 착각이 입구에서 들었다. 일요일 아침 친척들과 함께 목욕탕에 가서 때를 박박 밀어냈는데 목욕탕 안은 생각보다 크진 않았었다. 아니 천장은 왜저렇게 높고 굴뚝은 삐죽한거야 하고 생각했었다. 나같은 어린이들에게 겁먹으라고 그랬을리는 없을텐데
사회를 선도하던 개화파와 신문의 주필들마저 '똥'을 열심히 치웁시다 라는 주제를 가지고 것도 4음보를 맞춰서 열변을 토하니 안웃고는 읽지를 못하겠다. 똥이 무슨죄냐. 학교다니면서 깨긋한 강의실과 멀찍이 떨어진 화장실을 다니면서 우린 세련된척 했지만 아타몬에 얻은 새 하숙집에 화장실 문이 떨어지고 나서 우리 네명은 '인간과 똥' 얼마나 가까운지를 느꼈다. 똥을 트면 더 친해졌을수도 있겠지만. 집안으로 똥간이 들어온게 꼭 '위생'에 좋은것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다.어쨌거나, 불쌍한 똥이 미개인의 것이 되고 자기똥을 자기돈 주고 사야하는 황당한 상황에서 그맘때 사람들은 얼마나 당황했을까.
어디서 봤더라, 옛날 사람들은 회충도 한마리씩은 남겨놨다고 하는데. 너무 다 죽이면 정없다고. 어렸을때 흙파먹고 코딱지도 좀 먹어야 면역력이 강해진다고도 했지 않은가. 공기도 씻고싶다고 공기청정기가 나왔는데, 나는 더러운 서울공기 마시고도 멀쩡하게 잘 살고 있다. 병균이 문제가 아니라 걔네를 미워하는 마음이 문제다. 제들도 먹고 살아야지. (바퀴는 빼고)







덧글
백범 2009/11/04 22:07 # 답글
서로 다른 민족이 뭉쳐서 오래 같은환경에서 살다보니, 하나의 민족처럼 동화된 것이지... 단일민족은 완전 거짓말 구라입니다. 퇴근시간이라서... 그부분은 다음에...